퍼거슨 경이 옳았다

페이스북 아이디를 비활성화했다. 마음같아서는 탈퇴하고 싶었다. 그동안 쌓인 글과 사진 때문에 못 했지만.

나는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에서 한 번도 온전한 주체였던 적이 없다. 거기선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필요가 없다. 오로지 남들에게 반응하면 될 뿐이다. 그마저도 찰나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다가, 바로 아래 누군가가 올린 열받는 글을 보면 순식간에 분노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렇게 매일 수백 개의 포스트에 정신없이 휘둘린다. 간혹 내가 포스팅을 해도 마찬가지. 애초 목적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니, 올리지마자 눈치 살피기에 바쁘다. ‘좋아요’ 수가 많으면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진다. ‘좋아요’ 해주길 기대했던 사람이 안 해주면 서운하기까지 (대체 그게 뭐라고). 역시 반응하는 나만이 있을 뿐이다.

페이스북을 관둬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하루에 몇 시간씩 들락날락하는데도 나중엔 누가 뭔 소릴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이었다. 이건 정말 곤란한 일이다. 난 돈은 없지만 시간은 잘 쓰는 사람이고 싶거든. 앞으로 내 시간은 페북 친구 말고 진짜 친구들을 만나는 데 쓰련다.

(June 13, 2017)

Advertisements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